장인

2022년 11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 – Shaping the Extraordinary>에 함께한 4명의 한국 공예 장인을 소개합니다.

서신정

국가무형문화재 채상장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담양은 온화한 기운을 갖고 있으며 강수량도 적은 편으로 대나무가 성장하기에 알맞은 기후와 토질을 갖추었다. 고려 초부터 대나무를 심는 죽취일을 정해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대나무를 심고 죽엽주를 나누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듯,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대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죽세공예가 함께 발달했다.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줄기의 속이 비어있는 벼과의 식물이다. 줄기가 굵고 섬유가 질기며 결이 곱고 탄력성이 좋다. 또한 다른 벼과 식물처럼 빠르게 자라난다. 대나무 껍질을 입으로 물고 얇고 균등하게 떠낸다. 염색물에 담가 말린 후 무릎에 대고 한 가닥씩 다듬고 엇갈리게 엮어 문양을 짠다. 채상의 과정은 주로 협업으로 이뤄졌다. 농한기에는 함께 모여 가내수공업으로 이루어졌다. 폴 케홀름은 대량생산과 수공예의 균형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수공예적 요소를 넣어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제품이 완성되도록 계획했다. 채상장 서신정은 PK24 데이베드와 PK65 탁상의 틀에 채상으로 만든 사물을 더하여 균형과 대비를 보여준다.

정관채

국가무형문화재 염색장 영산강 중류에 펼쳐진 비옥한 땅 나주평야는 예로부터 해상운송에 중요한 거점으로 다양한 산업과 유통이 발전해 왔다. 나주시 샛골은 목화를 재배하여 무명을 만들어 왔는데, 주변 지역으로 염색 문화가 함께 발달했다. 영산강변에는 특히 쪽이 많이 난다. 굽이 치는 강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 작물로 쪽을 심었기 때문이다. 봄에 쪽 씨앗을 파종하고, 여름에 수확한다. 쪽을 항아리에 넣고 2~3일 물에 담구면 물이 옥색을 띤다. 쪽을 건지고 굴 껍데기를 넣어 산화 처리를 하면 거품이 생기면서 옥색 물이 청색으로 변한다. 색소가 가라앉으면 남은 맑은 물을 따라낸다. 진흙 같이 남은 쪽은 니람(泥藍)이라고 부르는데, 니람은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쪽물에 담군 염색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만나면서 쪽색이 발현된다. 색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에 말리고 물에 담구기를 반복하며 잿물을 제거한다. 근대화 이후 급격한 화학 염색의 도입으로 인해 전통이 끊겼으나, 1970년대 이후 장인들의 노력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쪽염색을 한 무명 자투리 천을 모아 조각보 형식으로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를 감쌌다. 에그의 곡선을 따라 드리운 그림자가 쪽빛에 깊이를 더한다.

최정인

서울시무형문화재 자수장 자수는 과거에 염색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에 착색된 천이나, 문양을 넣어 제직하는 기술이 없던 시절 천의 단조로움을 덜어 내기 위해 발달되었다. 이후 직물의 표면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가치관, 생활양식, 풍습, 신앙 등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였다. 수를 놓는 일은 오랜 시간 인내를 필요로 하는 수련이다. 면을 촘촘하게 엮는 자릿수, 땀새를 교차해 놓는 자련수, 수면을 여러 방향으로 메우는 평수, 선을 표현하는 이음수, 꽃술이나 작은 씨앗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매듭수 등이 주요 기법이다. 정원사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아르네 야콥센에게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자연에서 패턴을 찾고 그를 모티브로 텍스타일을 디자인 했다. 스완™은 모던 가든을 컨셉으로 한 SAS 호텔을 위해 만든 우아한 곡선의 체어다. 여기에 자연에 빗댄 인간의 염원을 담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수놓았다.

정수화

국가무형문화재 칠장 옻은 심은 지 4년 부터 10년 된 옻나무 표면에 상처를 내어 채취하는데, 채취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아 과거 왕실에서 직접 산지를 관리했을 정도로 귀한 재료이다. 칠을 건조하는 과정에는 습기가 필요하다. 습기를 머금은 칠은 건조된 후에도 스스로 숨을 쉬며 습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칠 속에 나무가 썩지 않는다. 따라서 나무로 만든 식기, 가구, 건축물 등 내구성이 필요한 생활 기물에 옻칠을 사용했다. 옻칠이 만들어 낸 견고한 막은 물이 스며들지 않고, 열과 산성에 강해 쉽게 부식되지 않는다. 만든 지 800여년이 지난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온 비결은 목판 표면의 옻칠이다. 칠을 하면 표면에 윤기가 생기고 매끄러워 진다. 천연 염료로서 흑색, 갈색, 황색, 붉은색 등 여러 색을 낼 수도 있다. 붉은색을 띠는 주칠은 권위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왕실 가구에만 칠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옻칠의 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두고 ‘옻이 피어났다’고 말한다. 나무를 얇게 켜서 만든 판을 여려 겹 접착하여 내구성이 높은 하나의 합판을 만드는 라미네이트 기술은 프리츠한센의 전문 기술이다. 릴리™는 정제칠을, 그랑프리™는 삼베를 발라 정체칠을 하였고, 앤트™는 주칠을, 시리즈 7™과 PK0™는 흑칠을 하고 자개를 붙여 완성하였다.